저는 길고양이가 지나갈때 눈길이 휙 돌아가곤 합니다.
예전에 어쩌다 고양이 두마리를 맡았는데 그 녀석들과 같이 지내던 때가 떠오르거든요.
원래 저는 고녀석들을 떠맡기 전까지 고양이에 관심이라곤 1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반려견, 반려묘라는 개념에 콧웃음치는 사람이었죠.
동물을 싫어한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귀여워봤자 개는 개고, 고양이는 고양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 두놈을 맡게 된거죠.
당연히 처음 모든게 어리숙했는데,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모르기도 했고, 사료도 이동장과 같이 건너온 며칠분 뿐이라 당장 필요한 사료부터 주문했습니다.
'대충 이거 고르면 되나? 원래 이렇게 비싼가? 아 몰랑 결제ㅋ'
같이 넘어온 고양이 사료와 장비 몇개를 정리한 후 두놈을 살펴보니
한놈은 벵갈고양이로 굉장히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었습니다.
암컷인데 이동장에서도 한참을 나오지 않다가 겨우 고개를 드밀었죠.
다른 한놈은 그냥 길가에 떠돌던 녀석인데 밝은 노란색과 흰색이 섞인 코숏으로 숫놈이었습니다.
이 녀석은 경계심..따위 없고 아주 그냥 팔자좋게 배까고 늘어져 사람좋은, 아니 고양이좋은(?) 자태로 방바닥을 굴러(?)다님_-ㅋ
그렇게 식객 두마리를 낀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말 그대로 돈이 줄줄새기 시작ㅋㅋㅋ)
일단 같이 건너온 사료를 녀석들 그릇에 담아주었는데, 수컷녀석은 절반정도 비운반면 암컷은 1/4정도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덜먹네 하다 혹시해서 캔을 까줬는데, 둘 다 걸신들린듯이 먹음_-..ㅋ
(그 사료가 싸구려라는걸 아는덴 오래걸리지 않았는데요. 인터넷에서 주문한 고급진(?) 사료가 도착한 뒤 애들이 포대까지 찢어 먹어서 사료를 격리하는 수고가 필요했음ㅋㅋ)
아무튼 좌충우돌이었지만 그 두녀석과 지내던 때는 제게 행복한 기억을 많이 주었습니다.
워낙 둘다 개냥이라 집에 들어가면 바로 앵겨 애교를 떨고, 제가 의자에 앉을때면 다리위로 올라와 부비적거리며 잠들곤 했습니다.
제가 누워있으면 자기 머리로 제 얼굴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그르릉그르릉 거렸죠.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받는다는게 어떤건가,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런게 동물한테 가능할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모든 편견이 눈녹듯 사라지고 있었죠.
애들과 같이 지내며 저도 많이 변했습니다.
처음엔 사료만 괜찮은거 먹이면 되겠지 하다 간식도 몇개 사자, 애들이 좋아한다던데 캣잎도 사갈까,
장난감은 뭐가 있지, 캣타워좀 필요하겠는데 ..ㅋㅋ
왜 고양이나 개 키우는 사람들이 본인은 컵라면 먹으면서 애들은 때빼고 광이 나는지 이해되는 시점이었습니다_-ㅋ
나중에 곧 놈들이 발정기가 와서 중성화도 해야했는데, 이것도 돈이돈이 ㅋㅋㅋ
그런데도 막상 하자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수술후 하루정도 병원에 머물렀다 다음날 데리러 가는데, 제 얼굴을 보자마자 벵갈녀석이 냐아아옹 거리는거 보고 선생님이 주인 겁나 기다렸네라며 웃으셨습니다.
이후에도 한동안 그리 지내다 , 어느 시점, 애들은 입양보냈습니다.
(사실상 임시보호정도 상태였음ㅋ)
음.. 한순간 애들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많이 허하더군요.
아니, 사실 허하다는 표현은 부족하고 가슴 한구석 뭔가 맺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짧은 시간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은 애정을 주었는지, 한동안 매일같이 생각더라구요.ㅋㅋ
갑자기 어떤 한 장면도 떠올랐습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아시나요?
거기서 이기적인 인물로 나오는 잭니콜슨은 유명작가지만 문제아로도 유명합니다.
근데 임시보호하던 강아지를 떠나보내곤 혼자 집에서 훌쩍거리며 말합니다.
"하하하.. 고작 개때문에.. 하하 아 고작 개때문에!" ㅋㅋㅋ
제 심정이 딱 저랬을거 같네요.ㅋㅋ
보통의 일상에 고양이 두마리가 올라타자 충만해지던 행복감이란.
오늘 길을 지나다 언덕위에서 놀고있는 고양이 한쌍을 보곤 생각나 글을 올려봤습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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